[예측의 기술] 원칙 1. 시장 결정권자들의 이익을 보라
예측의기술 (반니출판)이 곧 완성된 책으로 출간예정입니다.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시장 결정권자의 이익이란?
시장 결정권자(market mover)란 가격을 사고파는 사람이 아니라, 그 거래의 규칙과 환경을 정하는 사람이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 규제를 푸는 당국, 자본을 옮기는 큰손.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인센티브다. 흔히 '보상'으로만 알지만, 어원은 다르다. 영어 incentive는 라틴어 incentivum, ‘곡조를 울린다(setting the tune)’는 말에서 왔다. 누군가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종의 신호음인 셈이다. ‘결정한다(decide)’는 말도 비슷하다. 라틴어 뿌리는 decidere, ‘잘라낸다(to cut off)’는 뜻이다. 여러 갈래 중 나머지를 베어내고 길 하나만 남기는 일, 그 칼자루를 쥔 사람이 결정권자다.
그래서 시장에는 두 층위가 있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표면, 그리고 그 방향을 베어 정하는 결정권자의 이익. 대부분은 표면만 본다. 그러나 예측은 그 심층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가 이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가, 그리고 그의 인센티브는 어디로 울리는가.
인센티브는 정렬되거나, 충돌한다
결정권자들의 인센티브를 읽는 데에는 하나의 분석 틀이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익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즉 인센티브가 정렬될 때 시장은 한 몸처럼 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반대로 여러 결정권자의 이익이 서로 부딪힐 때, 즉 인센티브가 충돌할 때 시장은 멈추거나 요동친다.
이 틀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어떤 정책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어떤 규제가 누구의 자본을 어디로 옮기는지를 묻고, 그 이익들이 정렬되는지 충돌하는지를 보면 시장이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지가 보인다. 이어지는 사례들은 모두 이 하나의 틀을 비추는 거울이다. 전문적인 사례로 깊이 있게 들어가기 전에 한국의 일반 회사원으로서 직접 경험한 부동산의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결정권자의 이익을 처음 체감한 날 — 2015년, 서울
2015년, 입사 8년차에 과장으로 진급한 해였다. 커리어의 첫 번째 허들을 넘긴 희열과 함께, 두 번째 이정표인 내 집 마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였다. 마침 결혼 후 맞벌이한 지 3년 만에 어느 정도 목돈이 모였고, 아직 집값의 20%만 있어도 구매가 가능했던 시기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부동산 책들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당시 유명했던 S연구소장의 부동산 비관론부터 전 경제부총리의 "돈 빌려서라도 집 사라"론까지, 한 땀 한 땀 공부했다. 10권쯤 읽었을 무렵, 의외로 근본적인 경제학 서적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인다면, 경제학부터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뜬금없기도 한데, 그때 가장 화제였던 책 중 하나가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었다. 핵심 주장은 다른 데 있었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 한 문장이었다.
돈이 이미 많은, 즉 기득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실패하지 않는다.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이 노예 상인들과 협상하며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들의 '이익'은 믿는다고.2)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자는 누구인가. 지배계급, 자본가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려 할까.
*티리온 라니스터: 작품 속에서 가장 명민한 인물로 그려지는 책략가로, 훗날 대너리스 여왕의 핵심 책사가 된다.
물론 전체 인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었고, 교통 편의성이 높아진 근교 도시로 인구가 분산되는 흐름도 분명했다. 정부 역시 지방 활성화를 내세우며 주요 국책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중이었다. 서울 집값이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는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이 나라의 기득권은 다 서울에 살고 있었다.
대기업 본사와 경영진의 거주지가 서울에 있으니, 최고의 대학과 사교육 학원도 서울에 몰렸다. 주요 의료기관, 복지시설, 공연장도 마찬가지였다. 교통이 편리해졌다지만 약속 장소까지 자가용이든 택시든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건 여전했다. 출산율은 떨어지지만 사망률도 함께 떨어지고 있었고, 가족 분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 자체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였다. 특히 서울은 더욱 그랬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들어가보면 인센티브의 고리가 보인다. 기득권이 서울에 산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노선에 GTX가 깔리는지, 어떤 지역의 재건축 규제가 풀리는지, 어떤 학군이 유지되는지, 이 모든 결정의 종착지가 결국 그들의 자산가치로 수렴한다. 결정권자들이 사는 곳에 인프라가 가고, 인프라가 가는 곳에 자본이 머문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자본이 어디를 눈여겨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 세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도 싱가포르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중국에서 막대한 자본이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밴쿠버, 뉴질랜드, 홍콩 등 중국 자본이 들어간 곳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그들은 어디에 먼저 투자하려 할까.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 추세가 안정적이어서 예측 가능한 곳. 이왕이면 근처에 유명 대학교나 자녀를 보낼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곳.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많은 선택지가 서울로 수렴하고 있었다. (그림 1 참조)
그때 내가 본 것은 부동산 시세표가 아니라 결정권자들의 정렬된 인센티브였다. 그리고 같은 렌즈가 원자재와 운임 시장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것을, 이후 현장에서 매주 확인하게 된다.

(그림 1. 대한민국 부동산 연간 가격 변동 추이 2013–2025, 출처: 한국부동산원)
시장 인센티브를 보라
부동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자재 시장과 연관된 운임 시장에서도 같은 원칙이 작동한다. 어떤 정책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어떤 규제가 누구의 자본을 어디로 옮기는지, 이 질문을 먼저 던지는 사람이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본다.
Cui Bono? — 누가 이득을 보는가
고대 로마의 법정에 한 재판관이 있었다. 루키우스 카시우스, 로마인들이 "가장 정직하고 현명하다"고 여긴 인물이다. 그는 어떤 사건이든 늘 같은 질문부터 던졌다.
"Cui bono(쿠이 보노)?" — 누가 이득을 보는가.
가장 유력해 보이는 용의자가 아니라, 그 일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사람부터 보라는 것이다. 키케로가 이 말을 받아 적어 2천 년을 건너왔고 오늘의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 산업의 전망을 묻든,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든, 사회 정책의 결과를 예측하든, 첫 질문은 늘 같다.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무엇을 잃는가. 그게 시작이고 사실 거의 끝이다.
리서치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결국 모든 거래의 뒤에는 사람이 있고, 모든 사람은 자기 인센티브 위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차트는 그 인센티브의 합산된 결과를 보여줄 뿐,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묻기 전에 나는 보고서를 쓸 때 매번 세 가지를 먼저 묻는다.
인센티브 매핑의 세 차원
결정권자의 인센티브를 분석에 옮기는 데에는 세 가지 차원의 질문이 있다. 곧장 따라 할 절차가 아니라, 시장을 읽는 눈을 기르는 원리에 가깝다.
첫째, 결정권자를 식별한다(Identify). 이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정부인가, 산업의 거대 사업자인가, 아니면 군중의 합인가. 시장마다 "키"를 쥔 사람이 다르다, 그리고 키를 잘못 짚으면, 보고서 전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둘째, 이익과 손해를 매핑한다(Map). 결정권자가 잡히면, 인센티브를 두 칸으로 나눠 적어본다. 이익은 무엇이고 손해는 무엇인가. 단기와 장기로 나눈다. 핵심은 겉으로 드러난 인센티브(수익, 점유율) 옆에 숨은 인센티브(평판, 정치적 지위, 협상력)를 같이 적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종종 장부에 적히지 않은 쪽에 있다.
셋째, 정렬되는가 충돌하는가를 진단한다(Diagnose). 여러 결정권자의 인센티브가 같은 방향을 향하면, 시장은 빠르게 움직인다. 서로 다른 방향이면, 시장은 멈춘다. 이 진단이 "시장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이다.
이 세 차원이 한 번에 작동하는 현장을 — 최근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시장에서 두 개의 사례로 나란히 볼 수 있었다. 홍해 위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시기, 같은 종류의 위협이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이, 정확히 인센티브의 정렬과 충돌이었다.
사례 A. 인센티브가 정렬될 때 — 홍해 위기와 컨테이너 선사들의 셈법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막아섰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홍해를 지나가는 상선들을 후티 반군이 공격하거나 심지어 나포하면서, 많은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10일 이상 추가로 항해하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선박들이 우회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컨테이너 선박들은 주로 우회를 선택했지만, 대형 화물을 한 번에 싣고 다니는 벌커나 소형 일반화물선들은 여전히 그 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참고로 표준화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선박을 컨테이너선이라고 하고, 원유·석탄·곡물 등의 원자재를 대량으로 운송하는 화물선을 벌커(벌크선)라고 한다. 한국의 대표 컨테이너선사로는 HMM이 있고, 벌크선사로는 팬오션이 있다.
물론 컨테이너 선박은 화물 가치와 선박 가치가 높아 위험 지역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그 밑에는 더 중요한 계산이 있었다. 10일 이상 우회하더라도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고, 우회 항해의 비효율을 운임 프리미엄으로 바꿀 수 있으니, 우회는 결정권자의 이익에 정확히 부합하는 선택이었다.
여기서 컨테이너와 벌커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컨테이너 운임에는 BAF(Bunker Adjustment Factor, 유류할증료)라는 장치가 정착되어 있어, 연료비가 오르면 그만큼 자동으로 운임에 얹어 화주에게 청구한다. 결과적으로 컨테이너 선사는 연료비가 두 배가 되든 항로가 두 배로 길어지든 그 비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떠넘길 수 있다. 여기서 벙커(Bunker)는 증기선 시대에 석탄을 보관하던 저장고를 부르던 말인데, 그대로 선박 연료의 대명사가 되어 오늘까지 살아남았다.
벌커는 다르다. 벌크선의 경우 배 자체를 일정기간 장기로 빌리는 계약인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거나, 이의 반대 개념인 항차 단위로 한 번씩 맺는 단기 운송 계약 즉 단건 스팟 계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느 쪽이든 일단 계약서에 사인이 끝난 뒤에는 연료비가 올라도 추가 청구가 쉽지 않다.
의사결정 구조도 다르다. 컨테이너 시장은 몇몇 글로벌 얼라이언스, 해운사들의 동맹, 산하 대형 선사들에게 의사결정이 집중되어 있어, “홍해를 우회한다”는 결정을 일관되게 내릴 수 있다. HMM이 속한 Premier Alliance와 Gemini Cooperation, Ocean Alliance 3대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니, 시장 전체가 사실상 몇 개의 회의실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반면 벌커 시장은 수천 곳의 중소형 선주들이 각자 다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움직인다. 누군가는 안전을 택하고, 누군가는 "추가 운임만 받을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결정한다.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컨테이너 선사가 일제히 우회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비용 전가 장치(BAF)와 소수 얼라이언스의 집중된 의사결정이 ‘우회=수익’이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인센티브가 정렬되면 시장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것이 정렬의 정의다.
나중에 이 가설은 더욱 힘을 받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하고 후티 반군이 공격 중단을 천명했음에도, 글로벌 메이저 컨테이너 선사들은 보안 불확실성을 이유로 남아프리카 우회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3) 반면 벌커선들은 추가 운임 프리미엄만 지불되면 별 동요 없이 홍해를 통과했다. 위기가 끝나도, 인센티브가 끝나지 않으면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사례 B. 인센티브가 충돌할 때 — 호르무즈 해협과 보험의 벽
홍해와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2026년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에서 가장 큰 화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였다.4) 전 세계 에너지의 20%를 책임지는 중요한 공급로인 호르무즈는, 사실 이란이 한 번도 실제로 막아선 적은 없었다.5) 그냥 지나가면 공격받는다는 위협만으로 실질적 봉쇄를 이루었다. 그 이면에는 해상보험료의 문제가 있었다.
평시에는 선가의 약 0.1% 이하였던 전쟁보험 프리미엄(War Risk Premium)이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0.5% 수준까지 급등했고, 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의 단기 피크인 약 3.5–5%에 근접하기 시작했다.6) 7~10배에서 최대 50배의 상승이었다.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보험료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게 되었다. 예를 들어 원유 약 200만 배럴을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인 VLCC의 경우 2026년 상반기 기준 선령 10년, 약 1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해협을 한 번 통과하기 위한 보험 비용이 백만 달러대로 뛰어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서도 선박별 선택이 갈렸다. 같은 위험 앞에서 일부 소형 노후 선박은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반면, 고가의 화물을 적재하고 선박 자체의 가치도 높은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들은 통항하는 경우가 거의 전무했다. 보험사가 보험을 인수해주지 않거나, 인수해주더라도 운임으로 전가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봉쇄의 한가운데에서, 시장 결정권자가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이 드러났다. 위협만으로 실질적 봉쇄를 이룬 이란이, 이제 그 봉쇄 자체에서 통행료를 직접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분쟁이 격화되면서 선박위치정보를 제공하는 AIS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통항 경로는 이란 영해 항로(자세한 경로 구분은 2장 참조)로 좁혀졌고,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 협로에서 사실상 통행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선사는 선박 고유 등록번호인 IMO 번호, 화물 정보, 선원 국적, 선박 소유 구조 등 상세 정보를 제출하고 허가 코드를 받았으며, 2백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VLCC 기준 배럴당 1달러 즉 약 200만 달러의 비용이 거론되었다. 결제는 제재 리스크를 고려해 중국의 위안화와 암호화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었다.7) 결정권자가 정책을 통해 이익을 지키는 단계를 넘어, 시장의 통행료를 직접 부과하는 단계까지 가버린 사례였다.
호르무즈가 멈춘 이유는 충돌이었다. 보험사는 인수를 거부하고, 선사는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고,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통행료를 부과한다, 모든 인센티브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정렬된 홍해는 움직였고, 충돌한 호르무즈는 멈췄다. 그래서 정상 재개 시점이 매우 요원하다는 것을, 외교적 발표가 아니라 보험요율표가 먼저 알려주고 있었다.
사례 C. 이란 전쟁의 배경 — 미국과 중국의 이익
많은 전문가가 "미국에게 아무 인센티브도 없는데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느냐"며 반신반의할 때, 내 대답은 정반대였다. 바로 미국의 인센티브 때문에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이던 시절에는 중동 안정이 지상과제였지만, 셰일 혁명으로 순수출국이 되면서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사라졌다.8) 더 이상 '에너지 안보'와 '미국'을 등호로 묶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자 중동 에너지 불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이란산 저가 원유를 사들이던 중국이 됐다. 미국에게 호르무즈의 긴장은 곧 중국의 에너지 동맥을 죄는 레버다. 반대로 중국은 그 할인된 원유가 경쟁력의 원천이라 제재 해제를 반길 이유가 없고, 게다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넉 달치 수입량에 맞먹는 1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덕에 서두를 까닭도 없었다.9) 같은 호르무즈를 두고 미국은 '죄는 쪽', 중국은 '버티는 쪽'에 인센티브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인센티브가 '중동 안정'에서 '중국 압박'으로 옮겨간 순간, 전쟁의 문턱은 낮아졌다. 그리고 이 두 결정권자의 셈법이 호르무즈를 둘러싼 한국·일본·유럽·인도, 에너지 수입국들의 운명을 정한다.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보면, 다음 분기의 그림이 보인다.
가장 가까운 곳의 인센티브 — 택시 한 대가 잡히지 않는 이유
마지막으로, 가장 일상적인 사례 하나.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할 때 긴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택시가 도무지 잡히지 않거나, 혹은 갑작스러운 취소로 인해 불쾌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운전자에게도 인센티브가 있고, 플랫폼에도 인센티브가 있다. 그 인센티브가 충돌하는 순간, 승객의 이익은 가장 마지막 순위로 밀리곤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승객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다. 머지않아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이 정해져 있다면, 혹은 예약한 비행기나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떠한 비용이 들더라도 가장 빠른 수단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택시가 유일한 선택지라면, 평소 운임보다 3배 혹은 10배를 지불하게 되더라도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만 있다면 고려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주 만나는 가까운 친구와의 가벼운 약속이거나 조금 늦더라도 상관없는 상황이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약속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 결국 기회비용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지는 것이다.
독자 적용법 — 인센티브를 읽는 3단계
원리를 알았으니, 이제 보고서를 펼쳤을 때 무엇부터 적을지로 옮겨가자. 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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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계 |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먼저
특정하라 이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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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계 |
그들의 이익과 손해를 적어라 결정권자가 잡히면, 인센티브를
두 칸으로 나눠 적어본다. 이익은 무엇이고 손해는 무엇인가. 단기와
장기로 나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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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계 |
인센티브가 ‘정렬’인지 ‘충돌’인지 판별하라 여러 결정권자의 인센티브가 같은 방향을 향하면, 시장은 빠르게
움직인다. 서로 다른 방향이면, 시장은 멈춘다. 이 진단이 "시장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이다. |
예를 들어 부동산 구매를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부의 부동산관련 정책은 늘 바뀐다. 하지만 그 법안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을 보라. 회사 CEO의 번드르르한 말도 의미가 없다. 실제 그 회사에 책정된 성과급을 보자. 그리고 그들이 거주하거나 그 회사의 통근 버스가 멈추는 곳을 보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시장 결정권자들의 이익이 있는 곳을 보아야 한다. 이러한 지점들이 다음 움직임의 방향을 가늠한다. 분석가의 일은 차트를 읽는 일이 아니다. 결정권자의 인센티브를 읽는 일이다.
다시, 원칙으로
홍해의 컨테이너 선사도, 서울의 아파트를 사려는 30대 부부도, 비 오는 금요일의 택시 기사도 모두 같은 문법으로 움직인다. 시장이 거대해 보일 뿐, 그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셈법은 우리가 매일 하는 셈법과 다르지 않다. 시장에서 무엇을 예측하든, 인센티브와 동기를 보라.
예측의 12개 원칙 중 시장 결정권자의 인센티브를 가장 앞에 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칙들은 각각 따로 있지만, 실전에서는 늘 동시에 작동한다. 각 장이 독립적이면서도 결국 한 줄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후의 모든 원칙은 "누가 어떤 인센티브 위에서 움직이는가"라는 첫 질문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인센티브를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에는 매일 수많은 발언이 쏟아지고, 그 무게는 결코 같지 않다.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의 한 줄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한 줄은, 같은 길이라도 무게가 다르다. 그 차이를 가늠하는 도구가, 바로 두 번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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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의 기술 · 원칙 1 시장 결정권자들의 이익을 보라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보려면 차트가 아니라 사람의 인센티브를
먼저 읽어라. 누가 이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가 → 그들의 이익과 손해는 무엇인가 → 정렬되는가, 충돌하는가. 이 세 질문이 헤드라인의
잡음을 거두고 다음 분기의 방향을 가늠해준다. 인센티브가 정렬되면 시장은 망설이지 않고 움직인다.
인센티브가 충돌하면 시장은 멈춘다. 그리고 분석가의 일이란 결국,
차트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일이다. |